멋지게 진다는 거
TV를 보면 태권도, 검도, 유도등의 경기보다 UFC나 이종격투기 경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두 선수가 팬티만 입고 서로 치고 박고 차고 때리고 나뒹군다. 그러다보면 서로 민망한 포즈도 연출하기도 하고 철망 안에서 피를 흘리며 싸우는 모습이 흡사 ‘투견경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 어디에도 ‘멋’이나 ‘예(禮)’는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이 실전결투의 본질이다. ‘결투’는 곳 ‘전쟁’이다. 결투와 전쟁에서는 ‘아름다운 패배’는 있을 수 없다. 지는 것은 곳 죽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직 이기는 것이 목적이며 이기기위해서는 모든 것이 용납된다. 권모술수도 비겁함도 심지어 야비한 방법도 용납된다. 그리고 그것이 실전결투다. 상대방이 털끝하나 못 건드리는 멋진 고수의 모습은 무협영화에서나 볼 수 있고 그런 영화도 사라진지 오래다. 많은 여러 정통무술 고수들이 이종격투기 선수들에게 몇 십 분 만에 넉 다운 되는 모습은 인터넷 동영상에서 우리들은 흔히 볼 수 있다.
그렇다할지라도 나는, 경호무술은 ‘윤리적인 제압’과 ‘희생정신’ 그리고 ‘멋지게 지는 것’을 추구한다. 상대에게 10대 아니 100대를 맞아 코피를 흘리더라도 상대를 다치지 않도록 제압하는 ‘윤리적인 제압’이 경호무술의 철학이다. 내가 경호무술을 지도하면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상대와 겨루지 않는다.’ ‘상대와 맞서지 않는다.’ 그리고 ‘상대를 끝까지 배려한다.’라는 경호무술의 3원칙이다. 나는 경호무술을 수련하는 목적을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경호무술을 배우는 목적은 상대와 싸우지 않고 이기기 위함입니다. 또한 멋지게 지기 위함입니다.”
<상대와 겨루지 않는다.>
겨루지 않는다고 해서 싸움 자체를 회피하는 것은 아니다. 끊임없는 수련과 단련을 통해 강자의 여유로움과 인품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는 ‘칼집 안의승부’, 바로 그것이 경호무술의 철학이다. 경호무술은 수련이나 연무시범 시 대련을 하지 않는다. 많은 무술과 스포츠는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 상대를 이겨야만 내가 이긴다. 하지만 경호무술은 상대를 이겨야만 내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나의 연무시범을 통해 상대와 나의 화합과 교감이 이루어져야 한다. 경호무술의 주 기술은 던지기이다. 그렇게 서로 끊임없이 던지고 던져지면서 단련해 나가며 상대와 내가 하나가 되는 화합을 강조하는 수련이 경호무술만의 기술이며 수련 방식이다.
<상대와 맞서지 않는다.>
상대를 이길 힘이 충분히 있지만 여러 환경 등을 고려해 싸움에 휘말리지 않고 멋지게 지는 것, 바로 그것이 경호무술이 추구하는 길이다. 상대와 겨룰 힘이 없으면서 고개를 숙이는 것과 겨룰 힘, 아니 기술이 있지만 고개를 숙이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특히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청소년 시기에 비굴한 굴종은 인격 형성에 있어서 큰 정서 장애가 된다.
경호무술은 상대의 힘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상대의 힘을 흘려보내거나 이용하면서, 또한 좌우로 회전하면서 상대의 힘을 이용해 상대를 던지는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무술이다. 그래서 경호무술은 상대를 던지거나 제압할 때 상대가 중간에 힘을 빼거나 공격할 의사가 없어지면 상대를 제압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타격기와는 다르게 경호무술은 공격할 의사가 없는 상대를 제압하지도 제압할 수도 없다. 이것이 맞서지 않는다는 경호무술만의 독창적인 기술이다.
<상대를 끝까지 배려한다.>
경호무술의 모든 기술들은 상대를 던지거나 제압할 때 상대가 구르면서 던져지도록 끝까지 배려한다. 상대가 비록 적일지라도 상대 또한 다치지 않도록 끝까지 배려하면서 제압하는 ‘윤리적인 제압’을 경호무술에서는 제일 큰 가치로 여긴다. 그러면서 나는 경호무술을 수련하는 모든 경호무술인 들이 상대를 이기려는 호전적인 정신보다는 외유내강의 여유로운 마음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성격이 형성되기를 바란다.
<당신 멋져>
‘당신 멋져’는 내가 연맹 임원들과 회식할 때, 하는 건배사다. 여기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 ‘당신이 멋지다.’라는 겉 뜻을 벗겨내면 ‘당당하고, 신나게 살고, 멋지게 져주자’는 속뜻이 드러난다. 술잔을 들어 올리며 앞의 두 어절을 발음할 때는 별 감흥이 없다가도 마지막 어절인 “멋지게 져주자”를 외치는 순간에는 어딘지 모르게 속이 따뜻해진다.
지는 법을 아는 사람이야 말로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지는 행위는 소멸도 끝도 아니다. 의미 있게 패배한다면 그건 곧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다. 상대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인정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끔은 멋지게 져줄 필요가 있다. 그렇게 접어든 길은 죽는 길이 아니다. 종국에는 그것이 가장 현명하게 사는 길이다.
‘지는 법을 알아야 이기는 법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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