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웃어라
무조건 웃어라
나는 고등학교를 2월에 졸업하고 그해 5월에 시험을 보고 군대에 입대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3개월도 못 되어서 군에 입대하는 거라 형이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나를 배웅하면서 신신당부했다. “너는 체격도 크고 험악하게 생겼으니까 훈련소에서 조교나 상급자가 때리면 무조건 웃어라. 그게 덜 맞는 방법이다.” 나는 이때 이미 무술 합이 10단 이상이었고 키가 180cm 이상이었기 때문에 체격이 건장함 이상이었다.
논산훈련소에서 입대 후 내무반에서 조교가 훈련병들에게 빨리 군복을 갈아입으라고 호통을 치며 나를 노려보았다. 아마도 내가 체격이 제일 컸기 때문에 나를 먼저 본보기로 삼은 것이었다. 조교는 재차 빨리빨리 하라고 호통을 치며 나의 가슴을 군홧발로 밀어 찼다. 이 시기는 군대에서 폭행과 가혹행위가 ‘군기’라는 핑계로 당연시되는 시기였다. 나는 뒤로 나뒹굴었다. 그때 번득 형님의 당부가 생각났다. 나는 재빨리 일어나 조교를 보고 “씨~익” 웃었다.
조교는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얘기했다.
“흐흐 이 새끼가 웃어?”
그리고 다시 나를 걷어찼고 나는 다시 나뒹굴었다. 나는 다시 재빨리 일어나 간절한 표정으로 “씨~익” 하고 웃었다. 조교는 순간 멈칫했다. 약간 겁먹은 듯했다. 하지만 그 순간도 잠시, 조교는 나를 째려보면 소리쳤다.
“또 웃어? 네가 사회에서 놀았으면 얼마나 놀았냐?”
그리고 그는 펄쩍 뛰어 오른 후 온 힘을 다하여 나를 걷어찼다. 나는 여전히 나뒹굴어 바닥에 처박혔고, 바닥에 쓰러진 채 조교를 보고 너무나 애절한 표정으로 “씨~익” 웃었다. 나는 이날 조교에게 죽도록 밟혔다.
나는 조교에게 한없이 밟히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씨× 형이 나를 속였어.’
나는 지금도 여전히 누가 나를 비방하거나 욕을 하면,
그냥 “씨~익”웃는다.
운이란 녀석이 자꾸 따라오네요.
언제는 싫다고 도망가더니,
한참 동안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이제는 좋다고 자꾸자꾸 따라오네요.
시도 때도 없이 나만 졸졸 따라다니네요.
그래서 제가 이 녀석에게 물었지요.
“왜 요즘 자주 날 졸졸 따라다니는 거지?”
녀석은 간단하게 대답하더군요.
“요즘 너의 웃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
인간아! 왜 그랬니?
어느 날 술에 너무 취해 아파트 계단에서 굴렀다. 이마에 상처가 났다. 마누라에게 한 소리 듣기 싫어 세면대에서 조용히 세수한 후, 거울을 보며 반창고를 붙이고 쓰러져 잠이 들었다. 아침에 마누라가 한소리 한다.
“인간아! 왜 거울에 반창고는 잔뜩 붙여 놨니?”
우엉 교수
학생들과 M.T 갔을 때의 일이다. 경호학과의 특성상 학생들이 모두 무술이나 운동으로 다져진 몸들이라 술이라면 한 술 하는 학생들이었다. 나 또한, 술이라면 마다하지 않는 ‘두주불사(斗酒不辭)’이기 때문에 40여 명의 학생과 대작하며 술을 마셨다. 결과는 나의 승리? 나는 그들의 기선을 제압했다. 그리고 나는 취침 전 숙소로 과대표와 조교를 불렀다. 인원 점검 사항을 보고 받기 위해서다. 학생 출석부를 책상 위에 펴놓고 어렵사리 볼펜을 찾아 출석부를 점검하고 있는데 과대표가 들어왔다. “총원 42명 중 8명이 불참했고… 푸푸 하하하~”
인원보고를 하던 과대표가 갑자기 뒤돌아서 배꼽을 잡고 웃었다. 이어 들어온 조교 또한 입을 손으로 막고 몸을 비틀면서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었다. 나는 행동들이 괘씸해서 호통을 치려다 그들의 시선이 멈춰진 내 손을 보았다. ‘헐~’ 내 손에는 불펜이 아닌 우엉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출석부를 표시하고 있었고 우엉은 뒤로 꼬부라져 내 손등을 감싸고 있었다. 나는 숙소로 오기 전, 썰지 않은 김밥을 통째로 가져왔고 나는 볼펜을 찾다가 김밥 안에 있는 우엉을 빼서 그것이 볼펜인 줄 알았던 것이다. M.T 후 학생 중 한 명이 M.T에서 있었던 일을 교보에 ‘우엉 교수님’이라는 제목으로 응모했고 그것은 당선되어 교보에 실렸다. 나는 이때부터 ‘우엉 교수’로 불리기 시작했다. “한 곳을 오래 보면 그것을 닮아간다.”라는 어느 시인의 글이 있다. 그래서 나는 제자들에게 나를 오래 보지 말라고 가르친다.
전생
내 동생중에 자신은 반달이 아닌 대한민국의 마지막 남은 건달이라 자칭하는 동생이 있다. 그 동생과 한잔하며 대화를 했다.
“형님, 세상에는 반달 같은 놈들이 없어져야 합니다.”
“반달이 뭐냐?”
“반쪽짜리 건달 말입니다. 양아치 말입니다. 형님!”
그러면서 자신은 많이 배우지 못해 현생에서도 건달을 하고 있지만, 건달이야말로 이 시대의 김삿갓이라고 말했다.
“형님 건달을 한문으로 하면 뭔지 아십니까? 바로 ‘하늘 건’ ‘통달할 달’입니다. 카~~ 너무 멋지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자신은 전생에도 건달이었다고 했다.
“전생에 네가 건달이었다고?”
“그렇지 말입니다. 가끔 꿈에서도 제 전생이 보입니다. 형님, 아마도 저에게 24시간 똘마니가 계속 따라 다녔던 기억이 있는 것을 보면, 분명 건달도 보통 건달이 아닌 ‘오야붕’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것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자신의 똘마니 이름은 정확하게 기억난다고 했다.
“그래 그 똘마니 이름이 뭐냐?”
동생은 옷매무새를 추스르고 헛기침을 몇 번 한 후 말했다.
“상선”
‘이런 개시키….’
헤르만 헤세의『데미안』중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신은 우리를 여러 방식으로 외롭게 만들어서 결국엔 우리 자신에게 행하도록 이끈다."
글: 경호무술창시자 이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