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성공한 이의 과거는 비참할수록 아름답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라는 말처럼 나는 높이, 높이 한없이 높이 올라갔다가 추락하고 추락하여 땅바닥까지 아니 땅속까지 처박혀 봤다. 지금도 그렇다. 테러를 당해 인공 안구 뼈를 이식받기도 하고, 회칼에 찔려 죽음의 문턱도 가봤다. 처, 자식도 잃고 이혼도 해봤다. 노숙자도 되어봤다. 몸뚱이 하나를 제외하곤, 아니 그 몸뚱이조차도 미친놈처럼 술만 마시다 당뇨로 이가 빠지고 몸무게가 50kg 가까이 빠지며 건강도 잃어봤다. 집도, 절도, 건강도 모든 것을 잃어봤다. ‘산머리에 떠 있는 조각구름 한 덩어리, 무슨 기댈 곳이 있었겠는가!’
이때 나에게 모든 것은 울부짖는 소리로 들렸다. 다른 사람의 말이 울부짖는 소리로 들리고 나의 울음도, 아니 웃음조차도 울부짖는 것으로 들렸다. 개의 짖는 소리, 새소리, 심지어 바람 소리도 울부짖었다. ‘너무 울어 텅 비어버렸는가, 이 매미 허물은’ 그렇게 추락하고 추락할 때마다 나에게 힘이 되어준 한 마디가 있다. “성공한 이의 과거는 비참할수록 아름답다.”
상처가 없다면 살지 않은 거나 다름없다
한 번 다친 마음의 상처는 거의 치유되지 않는다. 다만 그 상처가 있다는 것을 잊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상처를 극복하려면 피하는 것이 아닌 느끼는 거다. 계속 가는 것이다. 비겁하지 않은 지점으로, 그 지점이 곧 ‘절정’이다. 절정은 사람마다 다 안다. 뒤로 물러나야 할 까? 말까? 사람마다 경우는 다르지만, 그때, 물러나 본 사람은 안다. ‘내가 다시 이 절정에 설 수 있을까?’ 그때 힘들고 아프더라도 넘어갔으면 됐는데, 산에 올라가다 실패한 사람들은 항상 그곳에서 머문다.
첫사랑에 실패한 사람들도 넘어졌던 그 자리에서 매번 실패를 반복 한다. 거기까지는 잘 가는데 그다음으로 못 넘어간다. 그래서 첫 번째 사랑을 했을 때 끝장을 봐야 한다. 모든 걸 걸어야 한다. 그러다 상처 를 받았을 땐 피하려 하지 말고 온몸으로 느껴라. 피할 수 없으면 부딪히는 거 다 그렇게 부딪히며 극복하는 것이 아닌, 주저앉으며 배우는 거다. 상처를, 고통을, 그만큼 느끼는 거다. ‘몸이 젖으면 비를 더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추락하고 바닥까지 떨어져서 삶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고 무서울 때가 있다. 그때 주저앉으면 더는 일어설 수가 없다. 그래서 다리가 후들거리고 아프더라도 일어서서 한 발짝이라도 무조건 가야 한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 아예 몸이 굳을 때가 있다. 숨이 막힐 때가, 겁이 날 때가, 그러면 억지로라도 걸어야 한다. 죽을 힘을 다해 그렇게 한 걸음 더 나가면 그만큼 고통을 더 느끼게 되고 그만큼 성숙해지는 거다. 나는 그렇게 좀 더 단단해지고, 성숙해지기 위해, 지금도 항암치료를 받으며 암과 투쟁 중이다. 아파야 성숙한다. 그것이 삶이다.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
다시 시작한다는 거
한 번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거나 다시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모든 것을 다 잃었을 때조차도. 하지만 이제 지난날들에 대한 후회가 밀려오고 있다. 열심히 인생을 살지 못한 잘못,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게으름, 자신의 가치를 찾기보단 남에게 인정받기 위한 가식. 나이를 먹어가는 것일까? 왜 이렇게 비틀 거리며 살아왔을까? 자존감을 느끼지 못하고, 의연하지 못하고, 두려움에 쫓기어 살아온 인생인 것 같다. 천박한 모함과 비난의 발길질들이 잔혹하게 짓밟아도 견디어 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허세와 가식으로 가득차 있었던 것 같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이제 어쩌면 늦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이제 나의 나머지 삶을 다시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삶은 좀 더 당당하게 좀 더 의연하게 살겠다고 다짐한다.‘처음으로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고 일어서는 새싹처럼’
나는 경험을 통해 누구보다 익히 잘 알고 있다. 이번 시도도 성공하리란 보장이 없다는 것을, 그렇지만 난 다시 시작한다. 시도했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더라도 이 또한 또 하나의 전진이기에. ‘홍시여, 이 사 실을 잊지 말게 너도 젊었을 때는 무척 떫었다는 걸’
불교의 경전 『숫타니파타』에는 이런 가르침이 있다. “만일 그대가 지 혜롭고 성실하고 예절 바르고 현명한 동반자를 만났다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리니 기쁜 마음으로 그와 함께 가라. 그러나 그와 같은 동반자를 만나지 못했다면 마치 왕이 정복했던 나라를 버리고 가듯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 서 가라.”
- 글: 경호무술창시자 이재영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야를 제시하다." / 생각의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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