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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고 부드러운 제압, 경호무술의 세계

경호무술창시자 2006. 11. 17. 18:22
심층취재]

은밀하고 부드러운 제압, 경호무술의 세계
차고 때리기보다 꺾고 넘어뜨리기, 웬만하면 몸으로 막아서라!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공격당하면 경호대상자 몸 낮추는 게 급선무
화려한 발차기는 금물, 단순한 기술로 승부
회전하고, 꺾고, 던지고, 밀어내고, 엎어뜨려라
흉기 공격은 쳐내지 말고 막아야
외상(外傷) 남기는 주먹보다 손등, 손목, 팔굽 활용

 

청와대 경호원의 경호무술

시중에는 경호무술이 성행하지만, 정작 경호무술의 본산지로 여겨질 법한 청와대에는 경호무술이란 게 없다. 경호기술을 가미한 기존 무술이 있을 뿐이다.
대통령 경호원이 공식 수련하는 무술은 특공무술, 태권도, 유도, 검도 4가지. 무술마다 사범이 따로 있다. 수련장소는 연무관. 사범들은 온종일 연무관에 머물면서 경호원의 무술수련을 지도한다. 수련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로, 아무 때고 자신이 편한 시간에 가서 수련하면 된다.

 

공무원시험 규정상으로는 무술을 못해도 대통령 경호원이 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경호원 시험과목에 무술이란 게 없을뿐더러 응시자격을 무술 유단자로 제한하지도 않기 때문. 하지만 대부분의 경호원은 무술 유단자, 그것도 고단자다. 한 가지 무술보다는 여러 무술을 섭렵한 사람이 많다.
무술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경호실에 들어가면 여러모로 피곤하다. 뭣보다도 2년 안에 유단자가 안 되면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직무도 제한되기 마련이다.

 

합기도에서는 기술 대신 술기(術技)라는 용어를 쓴다. 상대의 관절을 제압해 넘어뜨리는 손기술을 가리키는 말이다. 대통령 경호실에는 이를 응용한 경호술기라는 게 있다. 그 종류가 80가지나 될 정도로 다양한 기술이 개발돼 있다. 주로 특공무술에서 따온 기술인데, 경호원들이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자체 개발한 기술도 있다고 한다.

 

“경호원의 최대 임무는 VIP 보호다. 침입자가 흉기로 공격해올 경우 쳐내는 것보다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떠한 경우든 피해선 안 된다. 적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VIP를 보호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자꾸 훈련하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몸이 VIP 쪽으로 향하는 걸 느끼게 된다.”
청와대 경호실 직원은 520여 명이다. 이들은 선발팀, 수행팀, 검측팀, 통신·정보팀 등으로 나뉜다. 그중 대통령을 근접거리에서 경호하는, 이른바 수행경호원은 50명 선.

 

너무 많은 수의 경호원이 붙어 있으면 오히려 경호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평상시 경호는 4~5명이 맡는다. 물론 경호인원 수는 장소와 행사 성격, 군중 수에 따라 다르다. 많게는 한 번에 20명이 수행경호를 펼칠 때도 있다.

 

위장은 경호의 기본이다. 야구장에서는 야구심판이나 청소원 복장을 한 사람 중에 경호원이 있다. 거리행사시 도로에서 자전거 타고 배회하는 사람이 있다면 경호원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귀에 이어폰이 꽂혀 있다면 말이다. 대통령이 중공업 등 산업현장을 방문할 경우엔 안전모를 쓰고 회사 직원으로 위장하기도 한다.

발차기와 주먹기술은 안 써

이재영 총재가 만들었다는 경호무술에는 타격기가 없는 대신 독특한 유술 기술이 많다.

경호무술의 원조로 자처하는 국제경호무술연맹은 인천 주안6동에 자리 잡고 있다. 10월11일 국제경호무술연맹 사무실에서 만난 이재영 총재에게서는 강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185㎝, 90㎏의 큰 체구에서 나오는 넉넉한 웃음이 인상적이었다.

 

국제경호무술연맹 홈페이지에 적힌 연혁에 따르면, 그가 경호무술원을 차린 것은 1993년이다. 1995년엔 한국경호무술협회, 1996년 국제경호무술연맹을 설립했다. 그가 경호무술을 창시한 데는 경호원 체험이 큰 도움이 됐다.

 

경호원은 무술지도자와 더불어 그의 어릴 적 꿈이었다. 군 제대 후 경비보안업체인 CAPS에서 경호원으로 활동하던 그는 1994년에 독립해 경호전문업체인 한국경호공사를 차렸다.

 

한국경호공사는 기업인, 연예인, 정치인, 정신병자 등을 대상으로 한 개인경호와 더불어 각종 행사장, 선거유세장, 노조시위 현장에서 단체 경비 활동을 벌였다. 그 시절 그는 낮에는 경호 업무에 전념하고 밤에는 무술 연구를 했다고 한다.

 

그의 전공은 합기도.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쿵푸, 태권도, 합기도 등 다양한 무술을 익혔는데, 합기도를 가장 오랫동안 연마했다. 고등학생 때 합기도 전국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적도 있다고. 이 총재는 “경호무술을 만들 때 합기도 스타일에서 벗어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독자적인 무술로 인정받고 있는 요즘엔 일본 아이키도로 오인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국제경호무술연맹 이재영 총재가 기자를 상대로 허리던지기 시범을 하고 있다.
손목 꺾기 시범을 하는 이재영 총재.
장검 공격시 바싹 접근해 공격자의 손목을 비틀어 엎어뜨린다.

“제가 봐도 아이키도와 비슷한 면이 있기는 해요. 전통 아이키도에는 발차기가 없는데, 제가 만든 경호무술에서도 발차기와 정권 지르기는 하지 않거든요. 주로 유술(柔術)이지요. 어쨌든 저는 아이키도를 배운 적이 없습니다.”

 

“태권도로 경호하는 건 경호무술이 아니라 경호기술입니다. 제가 만든 경호무술의 가장 큰 특징은 전환과 회전이에요. 그러기 위해선 중심이동이 중요하죠. 상대의 공격에 맞서지 않고 좌우로 돌면서 상대가 뻗는 힘을 이용해 유술로 제압합니다. 하지만 합기도나 유도와는 분명 다른 점이 있어요. 같은 유술이라도 합기도가 관절기, 유도가 메치기 위주라면 저의 경호무술은 던지기가 특징입니다.”

 

그는 1995년 국제경호무술연맹의 전신인 한국경호무술협회를 설립한 후 자신이 만든 경호무술을 보급하기 위해 신문에 지부도장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냈다. 모집대상은 10년 이상 무술을 수련한 사람 중에서 현재 무술도장을 운영하고 있거나 앞으로 도장을 차릴 계획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광고를 보고 찾아온 무술인을 상대로 주말마다 무료교육을 했다. 현재 국제경호무술연맹에서 전파한 경호무술을 가르치는 도장은 전국적으로 20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중엔 경호무술 전문도장도 있지만, 대부분 태권도, 합기도, 유도 등 기존 무술을 가르치면서 경호무술을 받아들인 도장이다.

 

국제경호무술연맹에서 운영하는 IKF경호아카데미는 경호원 양성기관이다. 한 기수에 적게는 10명, 많게는 20명가량이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교육과정은 6개월. 3개월은 교육, 3개월은 실습이다. 현재 10개의 경호 관련 회사가 국제경호무술연맹에 가입돼 있기 때문에 실습 여건이 좋고 취직도 잘된다고 한다.

 

국제경호무술연맹의 주 고객은 건설회사 사장이다. 이들은 주로 운전 겸 경호 목적으로 경호원을 고용한다고 한다. 한 번 고객이 되면 연맹의 지도위원 또는 자문위원으로 위촉돼 인연을 이어간다.

 

이 총재는 지난해부터 경호무술의 대중화를 목표로 일반인을 상대로 연무시범대회를 열고 있다. 올해엔 2월과 8월에 각각 인천과 성남에서 열렸다. 인천대회는 소년소녀가장돕기, 성남대회는 수재민돕기를 내세웠다. 지원금은 연맹에 가입한 회원들로부터 모금한 회비로 마련한다고 한다. 오는 11월에 열릴 예정인 전주대회의 선전구호는 결식아동돕기다.

 

국제경호무술연맹의 본부 도장은 사무실 바로 옆에 있다. 기자는 도복을 입고 이 총재의 상대역으로 시범에 동참했다. 이 총재가 시연한 기술은 허리던지기, 후면던지기, 사방던지기 등 기초적인 제압기술이다. 공통점은 상대의 손목을 꺾는 것. 예컨대 허리던지기는 상대가 손목을 잡았을 경우 손목을 안쪽으로 틀면서 상대의 손을 꺾어 위로 추켜올리는 것과 동시에 상대의 안쪽으로 등을 들이밀면서 다른 한 손으로 발목을 쳐 상대를 집어던진다.

 

그가 경호무술을 창시했다는 시점은 ***경호무술의 탄생시기와 비슷하다. 누가 진짜이고 누가 앞선 것인가.

“현재 경호무술을 표방하는 단체가 17군데나 돼요. 경호무술은 고유명사가 아니라 일반명사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특허등록도 안 됩니다. 따라서 원조논쟁은 무의미합니다. 누가 더 멋진 기술로 발전시키느냐가 중요하죠.”

   (끝)